같은 음악으로 시작해 같은 음악으로 끝나지만, 그 사이에 놓인 작품은 다르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8월 20일과 21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한다.
두 공연은 모두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으로 문을 열고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가운데 놓이는 작품은 서로 다르다.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같은 작품을 향해 가면서도, 서로 다른 음악적 경로를 택한 셈이다.
20일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에 이어 작곡가 정재일의 《인페르노(Inferno)》가 연주된다. 《인페르노》는 서울시향 위촉작으로, 이번 서울 공연에 이어 오는 25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유럽 순회 첫 공연에서 유럽 초연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가 놓인다.
21일 공연은 다른 길을 선택한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에 이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가 연주되며,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가 협연한다. 마지막 곡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로마의 소나무》다.
두 공연을 함께 바라보면 프로그램 구성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20일에는 동시대 한국 작곡가 정재일의 작품이, 21일에는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모차르트와 레스피기 사이에 자리한다. 같은 시작과 끝 사이에 어떤 작품을 놓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무대다.
두 날의 중심에 공통으로 놓인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절제된 고전주의적 형식 안에서 긴장과 움직임을 밀도 있게 전개하는 작품인 반면, 마지막에 연주되는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는 대규모 관현악의 색채와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작품이 한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이루면서 그 사이의 작품에 따라 각 공연의 성격도 달라진다.
이번 서울 공연은 며칠 뒤 시작되는 서울시향의 유럽 순회와도 연결된다. 서울시향은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이탈리아 메라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3개 도시에서 모두 다섯 차례 공연한다. 서울시향에 따르면 2022년 이후 4년 만의 유럽 순회공연이다.
특히 25일 산세바스티안, 28일 메라노, 30일 암스테르담 공연에서는 서울의 두 공연에 나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만난다. 정재일의 《인페르노》와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가 함께 연주되며, 바이올린 협연은 김봄소리가 맡는다.
서울에서는 이틀에 걸쳐 서로 다른 길로 나뉘었던 프로그램이 유럽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일과 21일의 공연은 각각의 정기연주회이면서, 뒤이어 펼쳐질 서울시향의 유럽 순회 레퍼토리를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얍 판 츠베덴은 2024년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이 모차르트에서 출발해 정재일과 멘델스존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지나 레스피기에 도착하는 두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지 관심을 모은다.
같은 시작과 같은 끝, 그러나 서로 다른 가운데의 음악. 서울에서 갈라진 두 개의 길은 며칠 뒤 유럽에서 다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난다. 이번 공연을 한 차례의 정기연주회에 머물지 않고 서울시향의 2026년 여름 행보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